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34년을 근무하고 정년퇴직한 임종근씨는 광양평생교육관에서 서각을 배우면서 인생의 목표가 바뀌었다고 한다.

고향은 대전이지만 귀향보다는 광양시 옥룡면의 한옥마을에 노후의 거처를 정하고, 광영동에 공방을 마련하여 10여명의 회원들과 함께 운영하고 있는데 절반이상은 제철소를 정년퇴직한 역전의 산업 역군들이라고 한다.

지인과 함께 공방을 찾아가니 이미 몇몇 회원들이 자리를 잡고앉아 열심히 칼질을 하는 모습이 숨소리조차 내는 것이 실례가 될 것 같은 분위기를 느꼈다.

제철소에 근무할 때는 외국에서 수입되거나 국내에서 운반된 철강원료를 취급하다가 막상 정년을 맞이하고 보니, 무엇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서각을 시작한 것이 지금에 이르렀다고 말하는 임종근씨, 그리고 이곳에 와서 작품을 만드는데 열중하다보면 잡념이 있을 수 없고, 선배들과 만나서 인생의 진로관계도 주고받을 수 있으니까 즐거운 모임으로 생각하고 참여한다.“고 열연공장에서 근무했다는 박광옥씨도 있었다.

그들도 이번 코로나19’로 인하여 외부와 거의 단절되었던 때가 있어서 봉사활동으로 문패 달아주기, 곳곳을 다니면서 서각의 기본을 학습하던 활동을 멈추니 답답할 때도 있었지만, 그 사이에 새로운 작품을 구상하고 만들었다며 금 두꺼비목등을 보여주었다.

포스코를 퇴직하고 광양에 거주하는 사람이 많은데, 동호인들이 더 참여했으면 좋겠다는 말에 서각을 어렵고 두렵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아마도 칼을 쓰고 섬세한 면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은 되지만, 실제로 해보면 잡념 없이 재미있고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서각이고, 한 작품을 완성했을 때 그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라고 임종근 회장은 말한다.

앞으로의 계획을 물으니 코로나가 끝나면 봉사활동도 열심히 하고, 주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들을 찾아가면서 보람 있는 삶을 살고 싶디.“고 회원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