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열 보호관찰위원은 보호관찰대상 청소년을 교화, 개선, 자립시키고 재범을 막는 활동을 한다. 사진=추미양

청소년 범죄가 점점 흉폭해지고, 연령도 낮아지고 있습니다. 범죄를 저질러도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인 ’촉법소년‘은 형사처벌을 받지 않습니다. 가정법원 소년부로 송치돼 소년법에 따라 보호처분만 내리고 전과도 기록되지 않습니다. 즉, 처벌보다 선도와 보호에 무게를 둡니다. 하지만 촉법소년이라며 당당히 범죄를 저지른 사건들이 속속 보도되면서 여론이 심상치 않습니다. 지난 6월 14일,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촉법소년 TF를 구성했습니다. 상한 연령 14세를 12~13세로 낮추자는 논의를 하면서 교정·교화 강화 프로그램도 준비 중입니다. 시니어신문과 만난 김강열 보호관찰위원은 소년범의 재범 예방과 교정·교화 활동을 6년째 하고 있습니다. 아직 현역에서 일하고 있지만, 시간을 쪼개어 촉법소년과 1:1 멘토링, 상담 등을 하는 자원봉사자입니다.

Q. 보호관찰위원은 어떤 일을 하나요?

보호관찰 업무는 국가공무원인 보호관찰관이 담당하지만, 인력 부족으로 민간인 보호관찰위원이 업무를 분담합니다. 저는 서울남부보호관찰소 소속 보호관찰위원이에요. 만 10세 이상 19세 미만 범죄소년을 대상으로 보호관찰 업무를 하지요. ‘보호관찰’은 범죄인을 감금하지 않고 자유로운 사회생활을 허용하되, 일정한 의무를 지키도록 하면서 지도, 감독, 보살피는 제도입니다. 보호관찰제도는 1878년 미국 매사추세츠주에서 공식 입법됐고, 우리나라는 1989년부터 시행하고 있습니다.

Q. 보호관찰위원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삼성 계열사에서 30년 근무한 뒤 퇴직했을 때 지인의 권유로 보호관찰위원을 하게 됐어요. 처음에는 일 자체가 생소했는데, 누군가 꼭 해야 하는 일이더군요. 필요성을 느끼니 적극적으로 활동하게 됐죠.

가난했던 어린 시절 추억도 큰 영향을 줬어요. 부친이 초등학교 4학년 때 돌아가셔서 모친께서 7남매를 어렵게 키우셨죠. 중1부터 고3까지 새벽에 신문을 돌렸어요. 중2 때, 친구들이 점심을 먹으면 저는 운동장에서 배를 물로 가득 채우고 축구를 했죠. 바로 배가 푹 꺼지더군요. 배고픔이 뭔지 뼈저리게 체험했죠. 청소년 시절 경험이 촉법소년의 심리를 진심으로 공감하고 소통하는 밑바탕이 됐어요.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하기 힘들죠. 이젠 어른으로서 정서적으로 메마른 아이들과 따뜻한 사랑을 나누고, 희망과 자신감도 불어넣어주고 싶어요. 세상이 외롭지 않다는 것도 느끼게 해주고요.

Q. 기억에 남는 보호관찰 활동을 소개해 주세요.

학교폭력 가해자인 고1 학생을 맡아 1:1 멘토링을 했어요. 집단폭행을 한 학생인데 교화가 잘 돼 정서적 안정을 되찾았고 장학금도 받게됐죠. 지금은 보호관찰 기간이 끝났어요. 재범하지 않도록 성년이 될 때까지 교류할 겁니다. 성범죄 촉법소년도 잊을 수 없어요. 핸드폰으로 성적인 영상을 보고 호기심이 발동해 심신 약자인 초등학교 여학생을 성폭행했죠. 절제 능력이 없어 계속 같은 범죄를 반복했고요. 참 안타까웠어요.

성범죄 피해자인 미혼모 중학생도 계속 돕고 있어요. 미혼모는 학교에 다니고 미혼모의 어머니가 아픈 몸으로 아기를 돌보고 있죠. 참 딱합니다. 앞으로 취직도 해야 하는데…. 이런 학생들을 나쁘게만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보듬고 가야합니다.

Q. 촉법소년과 잘 소통하는 노하우를 알고 싶어요.

촉법소년들은 성장 과정에서 부모와 애착 관계를 형성하지 못했고, 의사소통도 매끄럽지 못해요. 감정이 예민하고 주위 현상에 대해 불신하고 저항하죠. 그래서 첫 만남, 첫인상이 중요해요. 아이를 처음 대면하면 범죄에 관한 질문을 하지 않고 아이스 브레이킹(Ice Breaking)을 해요. 저와 만나는 시간이 즐겁도록 경계심을 풀어주죠. 만나기 전에 생활환경, 교우관계, 취미 등을 파악해두는 것도 도움이 돼요. 게임을 좋아하면 저도 함께 게임을 하고, 야구를 좋아하면 야구 경기를 함께 관람합니다. 아이 눈높이에 맞춰 이야기를 나누고 고민하면서 함께 개선해 나가죠. 이런 활동은 정말 쉽지 않지만 늘 노력하고 있습니다.

Q. 활동하면서 힘들었던 순간도 있었지요?

촉법소년 스스로 가족과 사회로부터 버림받았다고 생각하더군요. 보이지 않는 벽을 쌓고 만남과 대화를 거부할 때 참 힘들었어요. 보호관찰기간만 버티면 된다는 자세로 저를 바라보는 냉소적 시선도 부담됐고요. 촉법소년들끼리 친구가 돼 자주 만나니 범죄가 자꾸 늘어나는 악순환도 일어나고요. 잘 대해주면 금품을 요구하는 아이도 있답니다. 하지만 상담과 멘토링을 통해 조금씩 교화되는 아이들을 보면 큰 보람을 느끼죠. 재범률이 매우 높은 것이 현실이지만, 재범률을 조금이라도 낮추기 위해 인내심을 갖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Q. 보호관찰위원을 하려면 특별한 자격이 필요한가요?

범죄인을 다루는 일이라 위촉과 해임을 법무부장관이 합니다. 특별한 자격조건은 없지만, 심사과정이 까다로워요. 위촉되면 법무부 연수원에서 2박3일 전문교육을 받습니다. 전문적인 활동에 필요한 지도자과정도 마쳐야 하고요. 매년 보호관찰위원 전문화교육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합니다. 법 관련 재교육이 필요하니까요.

멘토링을 하려면 심리상담사 자격증이 필요해요. 저는 2017년 보호관찰위원을 시작했고, 2018년 심리상담사 1급, 리더십지도자 1급, 청소년상담사 자격증을 취득했어요. 많은 도움이 되더군요.

Q.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대한 개인적 의견은?

출산율 저하로 청소년 수는 점점 줄어드는데 범죄자 수는 늘어나고 있어요. 촉법소년이 성인이 돼 재범하는 비율이 60~70%이고요. 촉법소년은 전과가 남지 않으니 악용하는 경우가 많아요. 요즘 중1이면 12살인데 덩치도 크고 겁 없이 성인 같은 행동도 합니다. 4대 강력 범죄인 살인, 강도, 절도, 폭력을 하는 경우도 증가하고요. 피해자와 피해자 부모는 울분이 터질 일이죠. 정답은 없지만, 사회 흐름과 통념으로 봤을 때 촉법소년 연령은 하향될 것 같습니다.

Q. 청소년 범죄가 줄어야 할 텐데요.

가정과 학교에서 아이들을 대할 때, 권위적이거나 방관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긍정적인 사고를 하도록 도와주고요. 촉법소년 가정을 들여다보면, 대체로 부모가 아이들을 제대로 교육할 능력이 없거나 결손가정이에요. 일차적으로 가정교육이 가장 중요한데 참 안타깝습니다. 범죄를 저지른 학생에게도 착한 심성은 있어요. 어른들이 그런 장점을 발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자꾸 나쁜 편견을 갖고 대하면, 아이들은 다시 범죄 유혹에 빠지게 됩니다.

한편으론, 보호관찰 소년범을 관리하는 보호관찰관이 증원돼야 해요. 전국에 2000여 명이 있지만, 턱없이 부족해요. 보호관찰위원 7800여 명이 힘을 보태고 있지만 보호관찰관 1명이 소년범 100명을 관리하는 지역이 있다고 합니다.

Q. 향후 계획이 있다면?

저는 사회적 약자와 불우 청소년에 관심이 많습니다. 보호관찰위원 활동을 하면서 느끼고 배운 점도 있고요. 시인으로 활동하지만, 촉법소년 심리를 연구하고 사례를 정리해 책으로 엮어내고 싶습니다.